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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불법행위, 팰스그라프 사건
전설적인 판례
법과 교회 (3254)
 I. 팰스그라프 사건과 관련한 판결의 사회경제적 요인

팰스그라프 롱아일랜드 철도사건과 관련한 판례는 미국법역사에 있어 전설적 판례로서 Benjamin. Cardozo 판사가 기초한 것이다. 이 판례는 미국의 불법행위에 있어 인과관계의 문제를 극명하게 밝혀 놓은 명판례로 text가 되고 있을 정도이다. 1870년대 이전 독자적인 법영역이 아니었던 미국의 불법행위법은 역사적 진화와 발전을 통해 21세기 현재 미국에서 헌법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법률영역중 하나가 되었다. 본 소고는 이 판례가 나오게 된 법적 근거와 사회적 정황에 대해서 논해 보기로 한다.

II. 팰스그라프 사건의 사실관계

법적 인과관계의 판단을 보여주는 유명한 사건 중에 팰스그라프 vs 롱아일랜드 철도회사사건(Palsgraf V.Long Island Railway Co, 9248 N.Y.399, 162 N.E.99[1928])을 들 수 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이 인정하는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팰스그라프 부인이 록어웨이로 가기 위해 기차표를 구입하고 피고의 철도 승강장에 서 있었다. 기차가 출발하는 시점에 두 남자가 기차를 타기 위해 달려가자, 한 명은 탔는데 작은 짐을 지고 있었던 나머지 한 명이 떨어질려고 했다. 이 때 기차 문을 열고 있던 차내 승무원이 그 남자를 돕기 위해 끌어당겼고 승강장에서 서 있던 다른 안내원도 남자의 등을 떠받쳐주었다. 


▲     © 법과 교회


이러 와중에 작은 짐이 레일위로 떨어졌다. 길이가 15인치 정도 밖에 안 되는 이 짐은 신문지로 포장이 되어 있었으며 그 속에는 화약이 들어있었다. 이 화약이 레일위로 떨어지면서 폭발하였고, 그 충격으로 수십피트 거리에 있던 반대편 승강장의 천칭이 떨어졌고 그 아래에 서있던 팰스그라프 부인이 상해를 입게 되었다. 이에 팰스그라프 부인은 철도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일심에서는 승리했지만 대법원에서는 패소하고 말았다.

뉴욕법원은 청도 안내원이 승객의 등을 떠받친 행위가 인과관계에 있는 여러 원인들 중 원고의 상해에 대한 법적 원인이 되기에는 너무 관련성이 약하다는 주장이다. 이 사건에서 보듯이 법률상 상당(proximity)의 기준은 책임여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III. 팰스그라프 사건의 판결의 법적 근거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

미국법상 불법행위의 책임은 크게 고의(intentional liability), 과실(negligent), 무과실책임(liability without fault)으로 나뉠 수 있다. 여기사 팰스그라프 사건은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이다. 19세기의 미국의 불법행위는 과실, 부주의의 위반 때문에 일어난 손해에 관한 법이었다.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는 합리적인 사람에게 요구되는 주위의무를 위반하여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을 말한다. 성립요건은 가해자의 행위 또는 부작위, 주의 의무의 존재와 위반, 인과관계의 존재(사실적 인과관계와 법적인 인과관계), 손해이다.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는 특정한 행위를 하려는 의도이거나 혹은 이러한 결과가 야기할 것이라고 확실하게 알고 있는 정신적인 상태가 있어야 한다. 반면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는 피고가 해로운 결과를 야기하지 않을 것을 의도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어떤 경우에도 그러한 결과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신상태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는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와는 달리 ‘주의 의무’와 인과관계가 중요하다.

아무리 주의 의무를 위반하였더라도 그것이 근인(近因)이 아니라 원인(遠因)이라면 불법행위는 성립할 수 없다. 팰스그라프부인은 이러한 이유로 인해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Cardozo 판사는 원인의 효과가 결과를 발생하기에는 너무 약한 것이 아닌가? (Is the effect of cause on result not too attentuated?) 인간의 상식적인 판단으로 볼 때, 그 원인이 결과를 야기시킬만한 것인가? (Is the cause likely, in the usual judgement of mankind, to produce the result?) 라고 반문한다. 즉 너무 멀리 떨어진 원인이라면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과실이란 개념은 행위자의 주의의무와 관련한 기준을 제시하기 때문에 writ system 하에서 행위자의 고의가 없거나 손해의 유형이 부동산 침해 등 직접적 관련이 없는 경우에는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가 없었다.  미국의 19세기 후반 미국의 불법행위책임은 고의 책임, 과실책임, 무과실책임으로 분화되어 발전함에 따라 20세기중후반에 들어서는 무과실책임이론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불법행위에서 주의 의무의 한계와 인과관계의 관련성은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를 밝히는데 기본토대를 이룬다. 특히 Cardozo의 전설적인 명판결은 주의 의무와 관련한 인과관계에 대한 분명한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과실(부주의)이 잘못된 행위에 기인하지 않는 한, 불법행위가 아니라“고 하여 과실에서 인과관계를 중시하고 있다. 인과관계가 있다 하더라도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아니라면 불법행위가 성립될 수 없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우리나라에서도 불법행위책임의 성립을 검토할 때, 주로 인과관계의 상당성여부와 주의 의무위반이 실질적으로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고 있다. 과실은 사회생활상 요구되는 주의 의무를 위반하여 일정한 결과발생을 인식하지 못하고 행위하는 심리상태로 정의한다. 보통 판례에서는 주위의무위반과 손해발생이 있고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다.

형법에서는 주의 의무위반이 과실의 요소인지를 밝힐 수 있으려면 위반의 대상이 되는 의무의 개념. 더 나아가가 형법적 의무 개념과 유형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형법 제 14조에 의하면 과실은 행위자가 정상의 태만한 행위이다. 대법원은 결과발생에 대한 예견과 회피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주의 의무 위반을 과실의 요건으로 보고 있다. 

VI. 사회경제적 요인

미국의 불법행위법은 사회경제적 변화와 더불어 이론적 발전을 했기 때문에 팰스그라프 부인사건도 사회 경제학적으로 접근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19세기초 이전에도 불법행위법이 존재하기는 하였지만 무가치한 것이었고, 19세기 중반 이후 미국의 산업이 성장하면서 불법행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산업이 성장하면서 손해배상과 관련한 소송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불법행위법이론은 미국의 사회적 경제적 발전과 더불어 실용주의적 철학적 배경을 중심으로 발전해 갔다. 당시 기계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자 국가부의 원천이고, 사회의 공동선을 위한 기초였다. 특히 불법행위의 거의 모든 판례는 철도산업과 관련되어 있었다. 불법행위의 제 1세대에서 철도는 가장 으뜸을 차지하는 국가기간산업이었다.

당시 철도법과 불법행위에 공통되는 것은 과실로 인한 책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과오가 있는 경우에만 지는 것이었으며, 그것은 완벽한 인간이 아니라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애매모호한 기준을 근거로 하였다. 19세기의 사고방식으로는 엄격책임, 혹은 무과실책임은 발전하는 미국국가경제에 발목을 쥘 수 있기 때문에 철도회사와 기업이 우연하게 발생한 모든 손해를 보상하라고 판단한다면 소송으로 인해 국가경제는 고갈되고 말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1866년 뉴욕주 법원이 내린 유명한 Ryan v. New York Central Rr. Co 판결에서 원고를 위축시키는 판결을 하였다. 철도회사의 헛간에서 철도회사의 부주의한 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여 130피트의 거리에 떨어진 원고의 집에 화재가 발생하여 모두 소실되고 말아 원고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에 불리한 판결을 하였다. 이는 철도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판결이었다. 판결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러한 요구를 인정하는 것은 철도회사에게 아무리 주의를 해도 피할 수 없는 일에 책임을 지게 하고, 사유재산제도에 전혀 적당하지 않은 처사일 것이다. 사람들이 도시와 마을로 빽빽이 몰리는 나라에서는 우연한 또는 부주의로 인한 화재의 발생을 전면 방지하기란 불가능하다. 사람은 그 자신의 집은 안전하게 할 수는 있지만, 그의 이웃의 집은 그렇게 할 수 없다. 그 소유자에게 그의 집 양쪽에 있는 이웃의 안전을 무제한의 정도로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문명사회를 전면 파괴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상업국가에서 각 개인은 어느 전도 그의 이웃의 행위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고, 그러한 위험에 대한 보험에 의해, 손실에 대비한 합리적인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당시 법원의 판결은 친기업적이었다. 친기업성향의 법원의 판사들의 판결은 합리적인 한도라는 애매모호한 기준을 갖고 과실에 대한 책임을 제한하였다. 당대의 기본원칙은 손해배상에 대해 제한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19세기에 경솔한 원고를 상대로 내세운 원칙들은, 기여과실의 원칙, 동료종업원 원칙, 위험인수원칙이었다. 모두 친기업적인 원칙이었다.         
 
그러나 20세기 초에 와서는 상황은 급격히 달라진다. 과실의 엄격책임이 주어지게 되었으며 무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게 되었다. 당시는 철도가 아니라 자동차사고가 불법행위의 주를 이루었다. 반드시 친기업적인 판결만은 아니었다. 무과실책임이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였다. 제조물책임과 의료불법행위가 그것이다.

1916년 Benjamin Cardozo 판사는 MacPherson v. Buick Motor Co. 판결에서 불량의 목재로 만들어진 바퀴의 살이 산산조각이 나서 그 결과로 MacPherson이 부상을 당했는데 자동차의 매수인이 자동차 제조자를 직접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례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다. 그만큼 회사의 엄격책임을 요구한 것이었다. 무과실책임제도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표시이기도 했다. 법원은 옛 원칙을 거부하고 창조적인 판례를 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미국사회는, 산업의 급격한 성장과 그것의 비대화, 그리고 도시화로 인하여 그에 따른 사회적 부조리도 많았으며 대중들의 사회적 불만감과 좌절감도 팽배하여 있었다. 때문에, 그 당시의 대중지 들이 도시행정의 부패, 사회들의 비리와 부정, 기업 편에 선 노조들의 권리남용 등을 폭로하고 공격하기 시작했던 시기이다.

불법행위에 대한 판결도 시대정황을 반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19세기까지는 산업이 발전하는 단계에 있었으므로 친기업적인 판결이 우세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19세기의 친기업주의 보다는 상황에 따른 현실적인 판결들이 주를 이루게 되었다. 즉 어떤 경우는 기업이, 어떤 경우는 소비자가 사안에 따라 다른 판결이 나왔다. 따라서 20세기초의 불법행위에 대한 판결은 모호한 합리성을 기준으로 한 판결이었기 때문에 팰스그라프부인 사건의 판단 역시 과실에 대한 주의의무의 기준에 대해 원인보다는 근인이라는 쪽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그러나 Cardozo 판사는 제조물에 대해서는 무과실원칙을 적극 수용하여 고객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팰스그라프 부인이 사건은 기업의 손을 들어주었다. 물론 거기에는 법적 논리라는 나름대로의 명분이 있었다. 과실책임, 무과실책임을 떠나서 법에 입각하여 상황에 따라 친기업, 반기업적인 판결을 하였다.
 
20세기초는 미국기업이 성장하고 산업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반기업성향적인 무과실원칙이 출현하는 시기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19세기의 부산물이었던 과실책임에 따라 친기업적인 성향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법적인 명분은 고의, 과실원칙이었지만, 법을 지배하는 사회경제학적인 원칙은 때에 따라서 친기업, 반기업적인 판결을 하였다. 이는 당시의 사회가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가고 있었고 국가의 부보다는 개인의 손해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팰스그라프의 판결은 19세기 철도산업을 보호하려는 연장선상에서 친기업적인 판결이었다고 볼 수 있다.





 
기사입력: 2014/08/12 [00:23]  최종편집: ⓒ lawn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