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 호르몬’ 도파민이 있다. 도파민에 중독된 뇌는 그 쾌감을 잊지 못한다. 게임, 도박 중독도 이 도파민의 작용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도파민이 자기의 생각이나 주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나 집단을 만나면 강하게 형성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최근 극우나 극좌 성향의 사람들이 유튜브 등을 통해 쏟아내는 수많은 주장들.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는 이분법적 주장 속에 아무리 근거 없는 말을 하더라도 내 주장을 극렬하게 지지하는 자들을 만나면 그야말로 잊을 수 없는 쾌락을 맛보게 된다.
이제 그들에게는 사실이냐 아니냐가 더는 중요하지 않다. 나의 강렬한 언사에 찬동하는 세력, 좋아요를 누르고 수많은 댓글들이 달리는 것을 보며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 쾌감을 잊지 못해 더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말을 쏟아낸다.
그러나 이러한 쾌감이 주는 결과는 무엇일까. 결국 사회 분열이다. 상대 인격에 대한 예의와 존중은 온대간대 없고 온갖 저주와 폭언만이 도사리고 있다.
이것을 과연 정상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런데 더 참담한 현실은 이러한 파괴적 쾌락주의에 기독교인이 동참하고 있고, 이에 목회자나 선교사들이 선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며칠 전 ‘헤세드 선교사2’라는 채널에 올라온 유튜브 영상들을 우연히 보게 됐다. 그는 스스로 선교사이고 예장합동측이라고 소개했다.
이 채널에 올라온 영상 제목들만 봐도 그의 성향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 중 높은 조회수 중 하나인 “소강석 목사는 가짜뉴스와 전쟁선포 하지 말고 진짜 주사파와 전쟁하라”는 제목의 영상을 살펴봤다.
제목부터 매우 극단적인 성향이 드러나 있다. 역시 이 영상에는 좋아요 수도 무려 만 명을 훌쩍 넘기고 수많은 댓글들이 달리고 있다.
영상 서두부터 “소강석 목사라는 사람이 부총회장 된 것 기분 나쁘다”, “후배 목사로 소강석 목사 설교 판단해서 죄송하지만 그게 설교냐”며 인신공격으로 시작한다.
이어 그는 “가짜뉴스와 전쟁선포하겠다고요? 그렇게 억울하셨습니까?”, “주사파라고 한 것이 그렇게 싫었습니까?” “주사파 정권에 합류하니까 그런 소리 듣는 거예요”라고 발설했다.
심지어 그는 목회자의 설교 내용까지 비아냥 거렸다.
특히 소강석 목사의 주일설교를 ‘딴따라’, ‘유치원생 수준’, ‘저질’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공격했다.
본인도 선교사, 목사라면서 어떻게 다른 목회자의 설교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낼 수 있을까. 더군다나 자신이 속해 있는 교단 목회자이자 현 부총회장으로 앞으로 교단의 얼굴이 될 인물을 거침없이 비난하는 모습은 가히 낯부끄러운 수준이다.
목회자라면 적어도 이성적 판단과 함께 감정적 요소들을 거를 수 있어야 하는데 이미 그 기능마저 상실한 듯 보였다.
왜 이 선교사는 자신의 신분을 망각한 채 열을 내며 소강석 목사의 설교를 조롱한 것일까. 소강석 목사가 주사파 뉘앙스라도 풍긴 것일까.
설교를 들어봤다. 하지만 오히려 소강석 목사는 공산주의, 네오막시즘의 위험성을 알렸을 뿐 아니라 주사파 사상을 가지고 종북적 통일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복음중심의 평화통일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상식을 넘어선 비난을 시작할 때 ‘사실’은 중요하지 않게 된다. 본인 스스로 우파라 말하면서도 “공산주의, 사회주의를 막아야 한다”는 우파와 동일한 사상과 가치를 주장한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하지만 영상 속 선교사는 가짜뉴스에는 휘말리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당신은 주사파는 아니야”라는 말을 섞어가며 단지 모욕적인 언사만 내뱉었다.
게다가 ‘이간계’까지 쓰는 모습은 탄식마저 나오게 한다.
영상 중간 중간 같은 교단의 총신대 출신의 모 목회자를 띄우면서 소강석 목사를 비난하거나, 혹은 “당신 개혁측이잖아”, “100% 합동측 아니잖아”, “광신대 출신이더만” 등의 발언을 일삼은 것.
이런 내용들만 봐도 그가 영상을 올리는 목적이 합리적 비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타겟대상을 향해 자극적인 ‘비난과 매도’를 과감 없이 휘두르고 그런 자신을 향한 열렬한 지지자들의 ‘좋아요’와 ‘댓글’에 강렬히 도취된 것일 뿐.
교단 지도자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이 도를 넘어서자 교단 내에서도 ‘헤세드 선교사’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예장합동 소속 한 목회자는 “그는 GMS에서 파송한 선교사였지만 문제가 있어 이미 퇴출된 바 있다”며 “하지만 아직 교단 목회자로 활동하고 있는데 목회자로써 판단력을 상실하고 자신의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는 모습은 목회자 자질을 다시 점거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목회자도 “이념주의와 자기신념에 빠진 자의 소리”라며 “전혀 성경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자기가 세운 기준에 모든 것을 맞추려는 좌파운동권이나 마찬가지로 우파운동권으로 밖에 안 보인다”고 했다.
이 외에도 “표현의 자유가 아무리 있다 하더라도 인신공격은 인격살인에 해당한다”, “선교사로써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지 않고 남을 죽이는데 앞장서는 일은 상당히 문제 있다”, “교단 지도자에 대한 비난은 결국 교단을 욕보이는 일이다” 등 지적이 나오며 교단 내부적으로도 이에 대한 대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됐다.
교계 지도자를 향해 조롱과 비난을 던질 때, 스스로 그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높은 조횟수와 좋아요, 강력한 지지의 댓글들을 보면서 “역시 내 생각이 맞다”는 확신을 키우며 짜릿한 쾌감을 누렸을까?
수요와 공급이 있다. 이러한 쾌감도 자극적이고 원색적 비난을 원하는 수요가 있기에 나오는 공급일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목회자라면, 선교사라면 이러한 사회 분열적 쾌감, 교회 분열적 쾌감에 도취되어 허우적거리는 행태는 버려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자신의 사상과 자신의 진리라 믿는 것들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한들 교회의 역할을 망각한 이 같은 행동들은 결코 성경적이지도 정당화될 수 없다.
기자의 시각 전민주 기자